보성 녹차밭은 예전에 한번 다녀온 곳이었지만 메타세콰이어길이 보고 싶어 신청한 여행이었어요. 친구 커플과 함께 한 여행이어서 준비부터 여행 내내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6월 8일 여행을 앞두고 5~6일 전부터 날씨를 점검하는데 어떻게 일기예보가 하루마다 달라지는지 '흐리고 갬'이었던 날씨가 여행이 다가올수록 '오전에 비'에서 '오후부터 비'로 바뀌더니 급기야 여행 전날 확인한 바로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로 예고되었지 뭐예요? 취소하지 않은 걸 후회해봤지만 이미 늦었고 비옷을 준비하며 고생한 여행이 기억에 남는다고 마인드컨트롤을 했죠.
여행 당일, 아침 일찍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고 일어나보니 다행히 하늘은 맑고 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어요.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했죠. ^^*

서둘러 택시를 타고 잠실역에 도착하고 보니 덜렁 우리 커플만 있더라구요. 이어 도착한 이진수 가이드님은 바로 전날 외도+보성 무박여행 가이드를 하고 오는 길이라더니 역시나 약간 피곤하고 졸린 눈이었지만 여행 내내 그 사실을 잊고 있을만큼 활기차고 친절한 가이드를 해주셨답니다. 노란 '테마투어 깃발'보다 사실은 이진수 가이드님의 노란 모자를 기억하고 따라다녔죠.^^

그렇게 버스를 타고 4시간30분정도를 달려 식당에 먼저 들러 일정을 시작했어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간단하게 먹었는데도 얼큰한 흑두부김치전골을 보니 입맛이 확 당기더니 급기야 한 그릇을 싹싹 비웠답니다.

후식으로 마신 콩물도 어찌나 맛있던지 두 번을 더 따라마시고 나와보니 식당 한켠에 석류꽃이 무성히 피어있더라구요. 그 빨간빛에 이끌려 한 컷!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일정인 보성 녹차원에 도착했어요. 예전에 와 본 곳이라 녹차밭만 찍고 천천히 둘러볼 예정이었지만 다시 온 녹차원은 삼나무길 초입부터 눈길을 사로잡더라구요. 잰걸음으로 한달음에 올라간 녹차밭은 다시 봐도 설레고 좋았습니다.
여기서 팁 하나!
흔히 녹차밭하면 볼 수 있는 베스트 사진을 찍으려면 녹차밭 초입에 있는 가운데 길로 올라가셔야해요. 예전에 한석규가 스님과 모 통신사 광고를 찍었던 그 길로 올라가면 아래 사진과 같은 소규모 녹차밭과 삼나무길을 걸을 수가 있답니다.

그리고 녹차원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가 있는 오른쪽 끝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조금 가파른 계단이었지만 맛난 밥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멋진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일념으로 걷고 걸었죠. 중간쯤 가다보니 여행객인 듯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비닐봉투에 녹찻잎을 몰래 따고 계시더라구요. 음...나중에 관계자분이 제지해서 다행이었어요. 녹찻잎이 좀 유혹적이긴 하죠?^^

올라가니 이진수 가이드님이 깃발을 흔들며 반겨주시더라구요. 우리가 두번째라면서...기념으로 넷이 한 컷 찍었어요.

1시간여 주어진 시간이 20분쯤 남았을까? 녹차밭 전경이 어째 흡족하지 않아 내려오다가 중간길로 다시 올라갔어요. 그랬더니 가이드님이 미리 말해주신대로 좋은 배경이 나올만한 곳에 사진사 아저씨가 자리를 잡고 계시더군요. 바로 그곳이 아까 말한 베스트 스팟이었죠. 막판에 들르지 않았다면 무지 후회할 뻔 했지 뭐예요?^^

롤케익같은 녹차밭 줄기들. 정말 멋지죠?
내려오다가 아쉬운 마음에 또 한 컷. 물줄기가 흐르는 모습이 예쁘더라구요.

물론 녹차 아이스크림도 먹었어요.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그 맛이란...
버스 이동 중에 막간을 이용해 이진수가이드님과 함께 한 가위바위보 게임. 정말 재밌었어요. 마지막까지 남아 결국 과자 선물을 받아서 더 좋았구요.^^

두번째로 찾은 곳은 기대했던 메타세콰이어길. 주어진 시간이 20분 밖에 안되서 무척 아쉬었어요. 200여미터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나시 곧 다시 버스에 타야했죠.

휴일이라 사람도 많았구 이래저래 아쉬웠던 코스였어요. ㅠ.ㅠ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우는 메타세콰이어 나무 기둥이에요.

마지막 코스였던 죽녹원 입구예요.

조금씩 비가 흩뿌렸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마치 파도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 더 운치있던 곳이었어요. 전나무나 삼나무가 있는 곳에서처럼 향긋한 대나무향을 기대했지만 그런 상쾌한 향은 나지 않았어요. 대신 눈과 귀로 실컷 즐겼답니다.

요 아래 전등갓처럼 생긴 뾰족한 유리는 새로 돋아난 죽순을 보호하기 위해 씌운 것이라네요. 귀엽죠?

죽녹원은 총 8개의 테마 길이 있었는데 시간상 다 돌지는 못하고 4개 정도를 돌 수 있게끔 코스를 정해 걸었어요. 길마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좋더라구요.


정말 신기하게도 죽녹원을 나와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 오르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정말 천우신조란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생각했죠. 올라오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하늘빛이 예뻐 한 컷 찍었어요. 생각해보니 오늘 일어나서 꼭 12시간이 지난 즈음이더라구요. 이번 여행을 무사히, 그리고 즐겁게 마친 것을 기념하며...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던데 막상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되니 다른 여행을 꿈꾸게 되더라구요. 모두들 행복한 여행이 되셨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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