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300여 년 전인 백제의자왕 때 혜감스님이 창건한 충남 서산에 있는 개심사를 가기 위해서는, 예전에 김종필씨가 지녔던 삼화목장을 지나야했다. 638만평이나 되는 목장은 지금 초록빛 풀밭이어서 저수지까지 돌면서 보이는 풍경에 눈이 시원했다. 지금은 축협에서 인수해서 한우개량사업소로 우량소만 키우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한우 개발단지이다. 봄이면 이곳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이 갓시집온 새댁의 저고리 색처럼 곱지만 여름에 만나는 넓은 초지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주어서 아주 좋았다. 개심사 주차장에서 입구까지는 가을걷이를 한 농산물을 많이 팔고있었다. 가을자두라며 금방 딴 것같은 자두부터 호두 대추 사과 그리고 너무나 많은 나물들이 작은 가게 앞에 쭉 진열되어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끌고 있었다. 나는 나중에 내려오면서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눈인사만 나누고 지나쳤다.
개심사 일주문에 들어서자 늘어선 노송,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홍송의 진한 향기가 맡아졌다. 홍송이 있는 길은 수묵화처럼 담백해서 길이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돌계단은 얕트막하고 곡선으로 되어있었고 계단 옆으로 쫄쫄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니 힘도 하나도 들지 않았다. 나를 제일 먼저 반긴건 직사각형의 네모난 연못이었다.
개심사가 있는 상왕산의 산세가 풍수지리학상 코끼리형상을 하고 있어서 목마른 코끼리를 위한 물통으로 이 연못이 만들어졌고 이 연못을 건너는 외나무 다리는 모든 번뇌를 벗고 지나가라는 의미라고 한다. 연못 옆에는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 배롱나무가 몇 개 남은 붉은빛 꽃을 달고 서 있었다. 여름에 화사하게 꽃피웠을 생각을 해보니 연못에 비치는 반영도 사진의 소재가 좋았겠구나 싶었다. 이왕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근심을 여기다 버리려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서 개심사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들리는 청아한 스님의 목소리와 목탁소리가 절에 온 것을 실감나게 했다.
개심사에 들어오면 가장 눈길을 끄는건 이 글씨다. 현판에 쓴 이 글씨는 근세의 서화가인 김규진님이 쓴 판체라고하는데 이것마저도 내 마음을 참으로 편안하게 해주었다.
개심사의 대웅전은 일반적인 절의 대웅전처럼 길죽한 형태가 아니고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이루어져서 네모 반듯한 것이 특징이다. 지붕도 사람인(人)처럼 생긴 맛배지붕이다. 개심사는 절이 아주 작지만 포근하고 순박한 절이다.
또한 개심사에는 다른 절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게 있는데 사진에 나온 기둥들처럼 구부러진 나무를 그대로 사용해서 지은 것이다. 이는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했던 조선시대 초기에 증축이 돼서 그 당시에 돈이 없어서이기도 했고 물아일체사상에 의해서이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되었든간에 내 눈에는 자연스런 모습이 오히려 멋스러워보여서 더 정감이 갔다.
개심사를 가면 꼭 들러야할 곳이 있다. 바로 해우소다. 우리나라 절에서 해우소가 몇 안남았는데 개심사에 있다. 아마 좀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나 도시생활에 익숙해서 이런게 경험이 없는 사람은 들어가보면 놀랄지도 모른다. 실제로 볼일을 보는데 옆에서 소리를지르는걸 듣기도 했으니까...그러나 옛날 아니 지금도 이곳 스님들의 생활을 이해해보는건 어떨까. 해우소를 사용한 후엔 옆에 있는 낙엽을 뿌려주는 센스도 부려보길 바란다. 내 말이 아니라 해우소에 그렇게 적혀있다..ㅋㅋ
개심사에서 나는 뜻밖의 가을을 만났다. 자줏빛으로 피어있는 천일홍이랑 교감을 나누고 있는 호랑나비랑 주렁주렁 익어가는 감을 매달고있는 감나무, 항아리에 곱게 핀 너무나 희귀한 색갈의 보라색 연꽃, 지난주 일부러 보고싶어서 선운사까지 달려가서 만났던 핏빛 그리움을 담은 꽃무릇까지...가을은 이렇게 이미 가까이 있었던 모양이다.
절을 내려오면서 감로수 표지판이 있길래 따라가봤더니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을 마셔야했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감로수??뭔가 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물을 마셨는데 물맛은 감로수라는 말에 딱 맞게 늘상 마시던 정수기나 수돗물과는 다르게 뒷맛이 달착지근했다. 또 다른 면으로 생각해보니 이렇게 해놓으면 위생적이긴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맛이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산신각까지 올라가서 전체적인 절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싶었는데 나뭇잎이 우거져서 개심사의 희미한 형태만 볼 수 있었다. 유홍준선생님이 이 작은 절을 왜 우리나라 5대 명찰에 넣었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것도 같았다. 비록 절의 크기는 작지만 마음만은 많은 곳을 얻어가는 것처럼 풍성했다.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마다 마음이 가뿐해졌다. 뭐랄까,,,나도 개심사에서 마음이 열렸나보다...ㅋ
♣문의♣
개심사종무소 041-688-2256
♣찾아가는 길♣
승용차 ; 경부고속도로 천안IC-아산-예산-덕산-해미-운산방향-개심사입구-개심사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 32번 국도-운산-한우개량사업소-개심사입구-개심사
시외버스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서산행-서산공영버스터미널-운산/해미 버스정류장-개심사행 시내버스 이용
♣주변 관광지♣
해미읍성/서산마애삼존불/정순왕후생가/간월도
♣개심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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