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떠난 여행길이었다.
늘 이용해왔던 하이테마투어였건만 그래서인지 오늘은 마음이 가벼웠다.
버스안에는 젊음과 나이 있으신 분들이 적당히 섞여 함께 해서인지
너무 들뜨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고 분위기마저 편안했다.
그렇게 시작한 3월 19일의 여행은
풍경들을 렌즈에 담아내는 내내 나를 신나게 만들어주었다.
매화나 산수유가 덜 피었으면 어떠랴.
야리한 봄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설레는데...
내가 종일 느꼈던 봄의 멋과 정취를 여기에 올려본다.
봄, 이미 우리들 가까이에 성큼 와있었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다 무지개빛을 발하는 터널을 지났다.
순간 포착했는데 좀 멀었다.
매화마을에 도착하니 시골할머니들이 팔러 나오신 나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 봄나물 향기가 먼저 전해진다.
매화마을 주차장 가까이에는 제법 매화가 활짝 피었다.
장독대와 홍매화의 어울림이 근사하다.
정확한 매화 정황을 설명하자면 이 마저도 많이 핀 상태이다.
멀리 보이는 섬진강과 수많은 장독대가 눈마저 시원하게 해준다.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였던 매화마을의 대나무이다.
선비처럼 꽂꽂하게 서있는 모습이 보기좋았다.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라는 영화 촬영지인 이곳에
웬 남자 신선이 내려왔나 싶었다.
아하~ 사진 모임에서 모델을 두고 촬영을 하는 모습이었다.
정자에 올라서면 섬진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매화는 아직 좀 이르지만 사람들은 북적인다.
매화마을에 2,000개의 장독대가 있다고 했던가.
장독마다 가득 담겨있을 매실을 그려본다.
역시 시골의 맛은 파전이다.
지글지글 히는 소리가 바로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맛도 아주 좋았다.
살랑살랑 대나무잎이 흔들리고 수많은 장독대 사이로
매화는 피어있다.
하얀 눈송이처럼 아름다운 매화이다.
매화마을에는 바위에 시를 적어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김소월의 애모를 찍어봤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의 촬영지 최참판댁에 도착했다.
시골 내음이 풍긴다.
박경리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이곳도 길이 꽉 막혔을 정도로
추모의 행렬이 굉장했다고 한다.
최참판댁도 매화가 피어있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가야금소리를 따라가보니
별당에서 고운 한복차림의 여자가 가야금을 튕기고 있었다.
그 맑은 소리가 내 영혼마저 맑게 해주었다.
옥수수로 조...
어릴적 생각이 나게해준다.
올해도 명예참판으로 계신 어르신을 뵈었다.
기념사진 찍자하니 활짝 웃어주신다.
나이가 드셨음에도 해맑은 웃음과 표정이 날 부럽게했다.
으흠~ 옛날 선비는 이정도의 붓을 갖춰야했나보다...
정자에서 이렇게 기발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가족을 발견하고 혼자 웃어보았다.
벽에 붙은 주련과 명예 최참판의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정자 난간의 선이 아주 곱다.
어느 목수가 이토록 정성껏 다듬었을꼬...
금방이라도 깨물어 먹고싶을만큼 색이 이쁘고 다양한 옥수수들이다.
목련이 아직도 봉오리이다.
매화, 그 고고한 자태를 여기서도 만나본다.
이게 뭐드라...아, 꽈리였구나...
뜯어온 산나물을 길에서 팔며 정담을 나누시는 두 어르신 모습이다.
하동은 슬로시티이다.
모든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천천히 사는 삶도 필요한 것 같다.
토지는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이라는게 이 비(碑)로 증명이나 해주는 듯하다.
화개장터의 모습이다.
신명나는 품바의 복장과 가윗소리.
애교만점의 이렇게 고운 모습의 품바도 보였다.
화개장터 입구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떡 버티고 있다.
화개장터에도 밤깎는 기계를 팔고있었다.
50년 째 화개장터에서 대장간을 하고 계신 이 분은
인간문화재 같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약초 가게이다.
아마 지리산이 가까워서 인가보다.
화개장터엔 은은하게 피어있는 야생화도 있었고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화분이랑 그릇도 있었고
옛생활을 알 수 있는 귀여운 흙인형들도 있어서 구경거리가 쏠쏠했다.
화개장터는 본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했던 시장이었다고 한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하긴했지만 아직도 풋풋한 시골장터 같은 느낌이다.
이 정자에선 화개장터의 모습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화개장터는 김동리 선생님의 소설인 역마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것을 설명하는 조형물이 설치되어있다.
구례에 있는 산수유마을로 갔다.
아직 산수유도 이르다.
예전 같으면 계곡을 노랗게 물들였을 산수유인데 아직 드문드문 노랗다.
산수유마을에서 사실 나는 잘 핀 산수유만 찍었다
이게 바로 카메라의 속임수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어쩔 수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내 사진보고 산수유가 다 피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
앞으로 2 주 정도 후까지 노란 산수유를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루가 금새 지나갔다.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고영숙가이드와 이기덕기사님 덕분에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른 봄꽃 여행을 계획해봐야겠다.
매화꽃 피는 시기 때문에 매화여행을 망설이시는 분을 위해
담주가 만개라고 감히 후렴을 달아본다.
봄꽃은 사람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음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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