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길이 요즘 트렌드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걷는 것이 유행이다.
걷고 또 걸으면서 자기성찰도 하고 몸도 건강해진다면 그보다 더한 성취가 어디 있으랴.
이번엔 마실길이다. 변산반도에 있는 바닷길을 따라서 걸어보는...
이름부터 친근하게 다가와서인지 전혀 낯설지않는 느낌이다.
설레임과 기대를 잔뜩 안고 3월 26일 화창한 봄날, 걷기 여행길에 올랐다.
바닷가를 걷는 마실길의 신선함을 여행후기로 전해본다.
내가 탈 버스에 이렇게 커다랗게 적혀있어서 아침에 버스를 보고타기에 아주 편했다.
<마실길 제1코스: 1시간 30분>
변산반도에 있는 마실길의 시작 지점은 새만금방조제의 입구인 새만금전시장이다.
우선 이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새만금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걷는 것에 대한 워밍업도 하면된다.
이제 마실길의 시작이다. 오늘은 마침 물때가 맞아서 바다 안쪽으로 걸을 수 있었는데
오늘 가기로 예약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1코스~3코스까지 장장 5시간 10분의 17km를 걷기 위해
이제 첫발을 조심스러우면서도 힘차게 내딛어본다.
1코스는 울퉁불퉁한 바위를 지나야 고운 모래사장을 걸을 수 있었다.
혼자 온 사람이라도 절대 심심하지 않도록 갈매기가 벗을 해준다.
변산해수욕장을 거쳐 송포마을에 접어들면 1코스는 끝나게 된다.
하얀 구름은 바다와 너무나 잘 어우러지고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 얼굴을 스쳐가고
푸르른 바다는 하얀 거품으로 파도를 만들어내며 우릴 부르는...
봄바다의 풍경에 젖어 시간 가는줄 모르고 걸어본 1코스였다.
<2코스: 1시간 10분>
2코스의 시작은 변산해수욕장 옆에 있는 얕트막한 산길로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멀리 내려다보는 시원함과 부드러운 흙길을 걷는 것이
다른 걷는길에서는 전혀 알지못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달콤한 파도소리는 나에게 엔돌핀을 솟아나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2코스의 백미는 하섬을 바라보며 걷는 소나무숲이다.
깊은 호흡을 하면 진한 솔향이 폐 깊숙한 곳까지 숨어드는, 향기가 있는 걷는 길이다.
소나무숲에는 가족끼리 캠핑 온 사람도 많아서 잠시 부럽기도했다.
저멀리 보이는 하섬은 음력 1일과 15일에 바닷길이 열려서 들어가 볼 수있다고한다.
그 때쯤 다시 와봐야겠다. 신비한 바닷길을 걸어보는 것도 갠찮을 것 같다.
소나무향에 취해서 걷다보면 어느새 2코스가 끝난다.
마실길 중에서 제일 거리가 짧은 것 같았다.
2코스까지만 걷는 사람을 위해 버스가 2코스 끝에 서있었다.
웬지 반가운 보라색에 카메라를 들이대보았다.
2코스 마지막에 있는 성천마을에서 막걸리를 한 잔 마셨다.
반찬은 신 갓김치 하나였지만 이 갓김치가 어찌나 담백하고 뒷맛이 깔금하던지
역시 이곳이 음식 솜씨좋은 전라도땅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막걸리를 마시니 피로도 싹 가시면서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제3코스 : 2시간 30분>
제3코스에서는 하섬을 아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조개를 캐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이곳에서는 파란색을 칠한 자전거 도로를 만날 수있었다.
소동파가 즐겨 찾았다는 적벽강과 비슷하다해서 붙은 적벽강의 모습은 두터운 퇴적층이 쌓인
세월의 흐름을 알 수 있었고 경치또한 일품이었다.
적벽강에서 죽막마을을 거쳐 500미터만 올라가면 수성당을 볼 수 있는데
가는 도중에 성웅이순신 촬영장을 만났다. 그 현장은 아직도 마치 많은 군사가 있는듯
실감나게 만들어져 있었다.
수성당은 죽막마을 사람들이 풍어와 뱃길 안전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오늘은 어느 무속인이 제사를 준비하는게 보였다.
미신이라지만 우리네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그런 곳이 아닌가싶었다.
수성당 주위의 바다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수성당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찍어본 성웅이순신 촬영장.
3코스의 거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채석강에 드디어 도착했는데 사람이 무척 많았다.
채석강은 지금으로부터 7천만년전에 생겨난 퇴적층이라는데 마치 수만권의 책을 올려놓은 듯
자연의 오묘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원래 3코스의 마지막은 격포항인데 우리가 타고갈 버스가 채석강 주차장에 기다리고 있었기에
마실길은 여기서 끝을 맺었다.
<새만금방조제>
서울로 올라오면서 새만금방조제를 통과해서 왔다.
19년동안의 공사와 2번의 공사 중단 등 숱한 이야기를 뿌렸던 새만금방조제는 그러나
굳건하게 바다를 막고 버티어있었다.
공사가 모두 끝나려면 2020년이 되어야한다니 아직도 여기저기 공사중이었지만
버스 밖으로 내다보이는 그 모습은 참으로 놀라웠다.
하루종일 걸어서 피곤할 법도한데 이상하게도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안에서는
마실길을 정복했다는 희열과 온몸으로 느껴본 바다의 모습이 투영되서인지 잠이 오질 않았다.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길,
연인과 부부와 가족이 촉촉한 이야기를 나누며 낭만적인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길이 바로 마실길이 아닌가 싶었다.
오늘 하루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을 해주신 고철수기사님과
밝은 모습으로 우리 모두 마실길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던 고영숙가이드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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