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고있는 길목에서 내 삶의 고단함을 녹여줄 김치 한 종발과 텁텁한 막걸리가 생각났다. 거기다 술맛을 돋구는 주모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그런 기분으로 누렇게 익은 벌판을 지나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이 있는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낙동강변에 있는 삼강주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태백에서 발원하여 안동댐과 하회마을을 휘감아 흘러온 낙동강과, 영주시와 예천읍을 거쳐 화룡포를 감고 온 내성천, 그리고 문경의 금천 등 3개의 강이 합류하는 곳이라서 삼강주막이라 이름지었다한다. 낙동강 700리의 장돌뱅이들과 지역민들의 정서와 역사가 고스란히 묻혀있는 곳을 보려니 감회가 깊었다.
길가에 서있는 푯말이 정겹다.
2008년에 복원되어 옛모습대로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세운 모양이다.
이 주막은 1900년 무렵 지은 것으로 상인들이 즐겨 찾았으나 1970년대들어 다리가 놓이면서 발길이 끊어지기도 했다. 경상북도는 이 주막이 문화적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보고 경북도 민속자료(304호)로 지정하는 한편 전문가의 도움으로 복원을 했다. 기울어진 주막의 기둥을 바로 세우고 마당에는 원두막 2채를 만들었다. 외상값을 적어놓았던 벽도 그대로 살렸다고한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2008년 옛나루의 모습을 복원하면서 주막 주변에 보부상숙소와 사공숙소를 지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앞에 천막 같은 것까지 설치해놓으니 내가 보기엔 여느 식당과 다를바가 없었다. 정서적이고 우리의 멋이 담긴 주막을 보려고했던 나였는데,,, 너무 크게 기대한 모양이었다.
들르는 사람에게 보라고 적어놓은 글인데 좀 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조선시대 마지막 주막을 지켰던 유옥련 할머니는 이미 2005년도에 90세의 나이로 돌아가셔서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었다. 그 주모를 보았던 사람들의 얘기로는 참으로 정이 많은 성격 좋은 분이라고 했는데,,,그런 주모와 주거니받거니 세상사는 얘기라도 나눌 수 있었다면 너무나 좋았을 터이다.
당시 삼강은 서울로 통하는 길목으로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활발했다고 한다. 안동과 예천, 봉화,영주,청송,영양 등 경북 북부지방은 물론 영월 등 강원도 남부지방의 길손과 보부상까지 삼강을 찾아서 장날이면 나룻배가 30여 차례 오갈만큼 분주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얕은 낙동강이 잔잔히 흐르고 있어 상상하긴 힘들었다. 1934년 대홍수가 나서 이 모든 것이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렸으니...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500년 된 회화나무이다. 주막 뒤로 심어진 그 굵고 커다란 나무가 삼강주막을 상징하고 아직도 꿋꿋하게 자라고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회화나무 옆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들돌이 있었다.
들돌은 일반적으로 농촌의 청년이 장성하여 어른으로 인정받는 의례에서 생겼다. 나루터와 주막을 중심으로 많은 물류의 이동에 따라 인력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이 돌을 들 수 있는 정도에 따라 품값을 책정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역시 옛날 사람은 힘이 장사였나보다. 무게가 얼마나 될지 짐작은 안가지만 내가 들어보니 전혀 꼼짝을 안한다. 에궁,,,그럼 내가 어른될 자격이 없는거????이 나이에???^^;;;
삼강주막에서 삼강마을로 들어가는 토끼굴에 그려진 민화가 일품이다. 주막의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흠흠... 이건 생각을 잘 해낸것 같다.
이런 민화까지 보고 있으려니 방금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니 주막에서 막거리와 도토리묵과 두부와 파전까지 한상 차려가는 것까지 보아서인지 갑자기 배가 고팠다.
그렇지만 내가 이 곳에서 먹고싶었던 것은 단골식당의 오징어불고기였기 때문에 침을 삼키며 얼른 주막을 빠져나와 용궁시장으로 갔다.
용궁시장은 마침 9일인 오늘이 장날이었다. 가을걷이를 해서인지 시장엔 온통 고추같은 농산물이었다.
사람들이 그다지 붐비지않고 소박했다. 뭐라도 사볼까 구경을 하다가 문득 중국산이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뒤돌아섰다. 누가 그러는데 시골이 더 속여판다나 어쩐다나...
드디어 그토록 가고싶었던 단골식당엘 왔다. 허름하면서도 깔끔한 식당이었다.
시작한지 30년이나 되었다는 석쇠에 굽는 오징어불고기와 삼겹살 석쇠구이 그리고 국밥을 시켰다. 아,,그리고 좁쌀로 담근 노란 막걸리까지다. 오징어불고기는 향부터 사람을 빠지게 만들었다. 쫄깃하면서 씹히는 맛이 왜 그리 이 집이 인기가 좋은지를 말해주는것 같았다. 국밥도 맛이 깔끔하고 고기양도 많았다. 막걸리까지 먹고나니 배가 부른 것이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부럽지 않았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한 숨 푹 퍼지게 자면서 여독이나 풀어보고 싶었지만 갈 길이 멀어 그냥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위치♣
경상북도 예천군 삼강리 166-1번지
♣찾아가는길♣
중앙고속도로-점촌/함창 IC-34번국도 용궁면 방향-용궁을 지나 산양교에서 좌회전 59번 국도 이용
-영순면 달지리 방향-삼강교-삼강주막
♣주변관광지♣
삼강강당/회룡포/장안사/하늘재/김용사
♣주변 맛집♣
삼강주막에서도 음식을 판다. 주모 한 상 12000원.
단골식당(054-653-6126) : 30년째 오징어불고기 파는집
박달식당(054-652-0522) : 순대국밥집으로 유명
♣지도♣
글/그림 샤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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