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을 출발해서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울진까지 내려온 나는
백암온천에서 숙박을 했다.
백암온천은, 신라시대 한 사냥군이 창에 맞은 사슴을 쫓다가 날이 저물어 그 이튿날
다시 사슴의 방향을 찾아 그 부근을 헤매던 중 사슴이 누워있는 곳을 발견하고 살펴보니
뜨거운 샘이 용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백암사 스님이 그 후에 온천을 만들고
환자를 목욕시킨 그 효과가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국내유일의 유황온천으로 수량이 풍부해서 잡수가 섞이지 않았는데
무색, 무취로 수질이 매우 매끄러웠다.
온천욕을 하니 여행의 피로가 확 풀려서 아침에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뿐했다.
그리고 고려호텔에서 성찬의 아침밥까지 먹고 월송정으로 나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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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는 가볼만 한 곳이 아주 많다.
성류굴을 비롯해서 불영계곡의 불영사 리고 구산리 3층석탑 등...
그 중에서 나는 관동팔경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월송정을 보기로했다.
월송정은 신라시대의 화랑들이 이 곳의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기며 선유하였다는 정자이다.
때론 화랑들이 앞에 있는 월포리바다에서 훈련을 했다고도 한다.
명승을 찾는 시인 ·묵객들이 하나같이 탄복한 곳이라니 어떤 곳일지 나도 기대가 컸다.
부근에 만그루의 소나무가 있다고하는데 그래서인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소나무향이 무척 진했다.
팔을 위로 쭉 뻗어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나에게 스며드는 이 상쾌한 내음에 엔돌핀이 마구 솟아난다.
여행의 맛이란 바로 이거다!!
여행을 제대로, 아주 잘하고 있는 것같아 월송정을 향해 기분좋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월송정이 보이는 곳에 이르자 오른쪽에 월송정을 설명해놓은 것이 보인다.
그림으로만 봐도 소나무에 둘러싸인 정자가 너무나 아름답다.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계단을 두 개씩 뛰어올라갔다.
관동별곡을 지은 송강 정철은 월송정을 읊은 시에서
'소나무 뿌리를 베고 잠들었다가 꿈속에 신선을 만나 술 얻어마시고 놀았다'라고 표현했다.
정자의 천장 아래에는 많은 시가 걸려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안축의 시가 마음을 잡아끈다.
기우자 이행의 월송정이란 시도 걸려있다.
해석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넓은 바다위로 밝은 달은 솔숲에 걸려있는데 /소뿔을 끌어당기며 돌아오니 흥이 더욱 깊구나
시를 읊다가 취하여 정자 가운데 누웠더니 / 단구의 신선들을 꿈속에서 만나네
월송정 주위는 온통 빽빽한 소나무숲이다.
이곳은 제8회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네티즌이 선정한 '아름다운 누리상'을 받았다고한다.
겸재 정선이나 단원 김홍도가 아름다운 월송정을 그렸는데, 그 그림에 나온 월송정 모습을 보고
지금의 형태로 지어졌다고한다.
바닷가쪽에서 바라본 월송정 모습이다.
이미 월송정 바로 앞에 펼쳐져있는 월포리 바다에서의 해돋이는 놓쳤지만
또 다른 해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파도가 그리 높지 않은 아침바다는 모든 것을 잊고 순수 그 자체로 돌아가게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폭이 100m나 되는 백사장에는 나말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백사장을 맘껏 달려보았다.
하얀포말이 나에게 다가와 속삭인다.
나는 거기에 답이라도 하려고 모래사장 위에 글씨를 썼다.
바다야~ 너를 만나서 반가웠어~~
월포리 바다는 동굴동글한 자그마한 까만 돌이 아주 많았다.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넣으려고 얼마를 주워담았다.
아침바다...떠나고싶지 않은 나만의 시간이었다.
월송정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의 누각형태의 건물이다.
비가 갠 후 맑게 떠오른 달빛이 소나무 그늘에 비칠 때가 가장 아름다운 풍취를 보여 준다는 월송정이
처음 세워진 고려 때에는 경치를 감상하는 정자로서가 아니고 왜구의 침입을 살피는 망루로서 세워졌다.
그 후 왜구의 침입이 잠잠해진 조선 중기 중종 때 반정공신으로 활약했던 박원종이
강원도 관찰사로 와서 이곳을 정자로 중건하였다.
월송정은 그 뒤부터 관동팔경중의 하나로 뭇사람의 사랑을 한껏 받았다.
월송정의 '월'자가 월(月)이 아닌 월(越)자에 관심있게 봐야한다.
월송정은 1980년 7월에 현재의 모양으로 복원이 되었으며, 현판은 최규하님의 글씨이다.
월송정은, 한때 달밤(月夜)에 송림(松林)속에서 놀았다하여 월송정(月松亭)이라고 했고,
월국(越國)에서 송묘(松苗)를 가져다 심었다하여 월송정(越松亭)이라고도 했으나,
전해오는 각종 자료에 의하여 월송정(越松亭)이라 불리고 있다.
다시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있는 소나무들을 뒤로하고 월송정을 출발했다.
소나무에서 풍겨나온 음이온을 잔뜩 마시고, 정자에서 선비놀음도 이리저리 해보고,
아무도없는 푸른 동해바다에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지치기 쉬운 여행 이틀째였지만 오히려 내 몸과 마음은 충전이 가득되어서 생기있는 하루를 맞고있었다.
♣위치및문의♣
경북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362-2(054-789-6862)
♣입장료♣
주차료나 입장료가 없어서 야간에도 출입이 가능하다.
♣가시는길♣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7번국도-울진-영덕방향 도로 건너편에 월송정입구
♣지도♣
글/사진 샤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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