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 우린 몸보신 음식을 먹는다.
한약도 먹고, 몸에 좋다는 것을 챙겨먹으며 추운 겨울 감기도 걸리지않고 잘 넘어가길 바란다.
나의 보약은 오징어이다.
오징어?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테지만 오징어에는 박카스에 들어있는 타우린이 아주 많이 함유되어있어서 피로할 때 먹으면 최고의 음식이 된다.
늦가을에는 오징어 가격도 싸고 살이 오도독거릴 정도로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그렇게 맛있는 오징어를 사기 위해 나는 오랫만에 동해안에 있는 묵호항으로 떠났다.
굳이 거기다 덧붙이자면 짙푸른 바다도 보고 바닷바람도 쐬고싶어서 떠난 여행이었다.
묵호항 주차장에서 내려서 어시장까지 걸어가는데 짠바다내음이 코끝에 확 다가온다.
나는 바닷가 태생이 아니면서도 어쩐지 이 냄새에 끌린다. 다른 곳에서는 전혀 맡아볼 수 없는 삶의 냄새라고나할까? 드넓은 바다에 멀리 배 한척이 떠있고 물결은 푸르게 넘실대고있다.
아~~ 나는 팔을 벌려 온 몸으로 바다내음을 받아본다. 산소가 가득 들어있는 주머니에 코를 박은 것처럼 온몸에 세포들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묵호는 1930년부터 항구로 개발되면서 한적한 어촌에서 항구도시로 발달되기 시작했다.
1939년에는 탄전지대인 도계와 영동선이 개통되어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1964년에는 쌍용양회 동해공장이 들어서면서 1980년대 초까지 오징어잡이 배를 타기 위해 몰려든 선원들과 석탄과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외항선 선원들 그리고 주민들까지 합세해서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였다.
지금은 조용한 동해안의 어업기지이다.
오징어들이 귀를 팔랑거리며 이리저리 헤엄을 치고있다. 가격을 물어보니 20마리에 만원이라고한다.
우잉??? 생각보다 넘 착하다. 내가 시기를 잘 맞춰오긴 한거같다.
오징어 가격은 날씨나 여러가지로 인해 가격이 들쑥날쑥이다.
일단 가격은 좋지만, 동반자까지 3명이서 20마리를 모두 먹을 자신이 없다...어쩐다!
5천원어치만 달라고했다. 쉽게 흥정이 끝난다. 5천원에 10마리. 환상적인 가격이다. ㅋ
항구에는 전깃불을 줄줄이 매달은 오징어배들이 잔뜩 정박해있다.
밤이 되면 배에 있는 모든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출항을 하게된다.
저녁에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이색적이고 아름다울 것 같다.
글쎄,,,그건 이방인인 나의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생활을 위해 먼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오징어를 잡는 사람들에겐...
함지박마다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이 담겨있으면서 팔려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오늘 바다에서 잡혀온 것이리라...
묵호항에서는 어민들이 잡은 자연산만 파는 곳이기때문이다.
어시장을 둘러보다가 얼음 위에 넘치도록 담겨있는 생선을 발견했다. 뭘까?뭘까?
아무래도 모르겠기에 파는 분한테 물어봤더니 양미리란다.
아하~~시장에서 반쯤 말려진 채로 줄로 하나씩 엮어서 파는 것만 봐와서 이렇게 싱싱하게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던 그 양미리다.
조려서 뼈까지 먹을 수 있는 생선이라 몸에도 좋다고해서 만원어치 샀다.
낼 아침엔 무우를 가득 넣고 맛깔나게 조려진 양미리를 먹을 생각을 하니 침이 입안에 가득 고였다.
저 멀리 보이는 항구 남쪽에는 묵호페리터미널이 있어서 묵호에서 을릉도까지 운항되는 정기여객선을 탈 수 있다. 묵호에서 2시간 30분이면 울릉도에 닿는다.
도루묵도 보았다. 이곳에 오면 제철에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을 자연스럽게 알 수가있다.
알이 꽉 찬 도루묵이다. 옛날 조선 선조임금이 맛있게 먹었다가 그 후에 다시 먹어보니 그 맛이 예전같지 않다고해서 도로 '묵'이란 이름이 붙은 생선이다. 비린내가 없고 맛이 담백하다.
어시장에서 흥정은 기본이다. 파는 가게에 따라 값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초입에 있는 가게보다는 좀 안으로 들어와서 있는 가게가 같은 가격에 한두 마리 더 준다.
어찌보면 빙어같기도 하고...빙어? 빙어는 민물고긴데 여긴 바다니까 통과~ 그럼 멸치인가?
무튼 아주 작은 생선이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강원도에서는 이것을 전어사리라 부른다고한다.
바로 가을에 가장 맛있다는 전어새끼란다. 여기오니까 생물공부까지 저절로 된다...
묵호항에 빠질 수없는 등장인물은 역시나 갈매기다.
갈매기가 있어야 제대로된 바다풍경이 나온다.
생선이 많기 때문인지 멀리 날지 않고 배주변이나 항구에 많은 갈매기들을 볼 수있었다.
아까 산 오징어를 회를 뜨는 곳에 가지고왔다.
시장 특성상 오징어를 사서 회를 뜨기 위해선 장소를 옮겨야한다. 회뜨는데는 2천원이다. 전문으로 회를 떠주시는 분들이 손질을 하기 때문에 오징어를 껍질까지 다 벗겨서 아주 얇게 썰어주신다.
쥐치가 싱싱해보여서 그것도 회로 먹으려고 샀다.
쥐치는 일반적으로 쥐포만 알고있지만 사실 횟감으로도 훌륭하다. 횟감으로 다듬는데 역시 천원.
묵호어시장은 전국에서 신선한 생선을 사기위해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꼭 생선을 안사도 여러가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나는 것이 소박하면서도 친근하다.
묵호항은 2025년까지 2376억원을 들여 세계적인 관광미항으로 재개발된다고한다.
어시장 주변도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고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한다.
회를 떠서 바다를 벗삼아 먹으려고 방파제로 왔다.
얼마전에 새로 단장을 마친 깨끗한 방파제는 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서 출발하기에도 좋았다.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횟집보다 바다바람도 있고 분위기는 더 좋았다.
나는 쫀득쫀득한 오징어회를 먹으며 안타깝게도 소주 대신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셨지만
기분은 취기를 느끼는 것처럼 아련했다.
오랫만의 가져본 바다로의 외출은 이렇게 끝이 났다. 맘껏 먹은 오징어 덕분에 올겨울나기는 거뜬 할 것 같다.
싸고 알차게 챙기는 내 보양식!! 부럽지 않으신지...ㅋ
♣문의♣
동해시청 033-533-3011
♣주변관광지♣
묵호등대/천국천연동굴/어달해수욕장
♣ 추천 맛집♣
천곡해물탕 : 033-533-7013 해물탕/찜
궁전횟집 : 033-531-7400 활어회
♣찾아가는길♣
자가용 :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망상IC -묵호항
♣지도♣
글/사진 샤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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